임신 중 필요한 정보/임신일기

[미국출산후기 1] 순산일 줄 알았으나, 난산으로 완료한 자연분만

쏘이_빈 2021. 11. 14.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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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38주 3일차에 양수가 터져서 보스턴 MGH에 입원을 하게되었다. 

그리하여 남기게되는 미국 출산 후기 !! (이미 두번이나 글을 썼으나, 마지막에 오류가 나서 날려버린 후 세번째 도전하는 미국 출산후기... 힘들힘들 😱😱)

 

양수가 터지고 나서 남편이 출산병원에 전화를 했다. 출산 관련한 병원은 24시간 전화를 받으므로 911에 전화할 필요가 없이 바로 출산 병원으로 전화하면 된다.

>> 양수가 터지거나, 진통이 느껴지는 경우 어떻게 해야할까?

 

밤 10시 무렵 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해서 1차 병실에 배정되어 코로나 검사를 하고, 링겔 연결을 위해 팔에 주사를 꽂고, 태동 검사 및 진통 측정을 위해 배에 각종 장치들을 연결했다. 

1차 병실은 출산 병실을 배정받기 전에 각종 검사들을 위해 잠시 사용하는 임시병실이고, 정식 병실은 아니다. 약간, 커튼같은 걸로 방을 나뉘어 놓은 정도랄까,

 간단한 검사들을 하고, 태아가 안전하게 있는지를 확인한 후에 의사가 와서 내진을 했다. 38주 3일차에 하는 첫 내진!

 

내진이 불편하고 아프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역시... 상당히 불편한 아픔이다. 겪어본 사람만이 알지어다. 낯선 손이 불쑥 들어와서 자궁문이 얼마나 열리는 지 보는거라고 하니, 말만 들어도 상당히 불편하다.

내진할 때의 아픈 정도는 나팔관검사를 할때 느꼈던 불편한 고통과 좀 비슷하다. 심한 생리통 보다 좀 더 심한 쥐어짜는 고통정도?

 

"자궁문 4.5cm가 열려있네요~"

양수가 터져서 왔더니 이미 자궁문이 4.5cm 열려있었다. 이 정도 열리면 진통이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진통이 전혀 없었다. 그저 오? 벌써? 라는 생각 정도?

의사가 내게 집에 갔다가 올지, 자궁문이 다 열릴때까지 입원을 할 지 물어봤다. 한국 병원 후기들을 읽었을때 자궁문이 충분히 열려있지 않거나, 진통이 없으면 집으로 보낸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집에 가야하는건지 혼란스러웠다.

집에 꼭 가야하느냐? 라고 물었더니, 집이 편하게 느껴지면 가도 된다고 했다. 

그저 선택의 여지를 나에게 주는 것이었다. 이미 출산 가방까지 싸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온 우리 부부는 당연히 입원을 택했다. 양수는 줄줄 새고 있지, 진통은 언제 올지 모르지, 다시 집으로 간다는 엄두가 안났다.

 

그리하여 2차 병실을 배정받았다. 2차 병실은 아기를 출산할 수 있는 모든 기구들이 갖추어진 1인실로서, 산모의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각종 의료기구와 갓 태어날 아기를 위한 의료기구들이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남편이 쉴 수 있는 리클라이너, 산모를 위한 패드 및 속옷 등등, 화장실의 세면도구, 출산을 돕기 위한 짐볼 등이 다 갖추어져 있다. 그리고, 산모를 위한 용품들은 요청하면 얼마든지 더 가져다 준다. 

미국 출산 병원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즐겨본 나로서는 수술실 같은 곳에서 아이를 낳는다고 생각했는데, 병실에서 아이를 낳는다고 하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어쨌든 빠른 적응을 하고, 언제 힘을 쓰게 될지 모르니 잘 먹어둬야한다는 생각에  저녁식사를 요청했다.

미국 병원이다보니 저녁메뉴는 참치샌드위치다!! ㅋㅋ 임당산모인 나는 바로 먹을 수 없고 혈당을 채취한 후 안정적인 수치일 경우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다행히 수치 인!!!  다행다행 😁

남편과 샌드위치를 하나씩 먹고선 곧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했다.

미국 병원 출산

 

병실에 누워있으니, 나를 담당할 간호사가 들어와서 친절하게 이것 저것을 알려주었고 필요한 것이 있거나 진통이 오면 언제든 자기를 부르라고 했다. 그런데, 한시간에 한번씩 간호사가 병실에 들어와서 체크해주었기 때문에 내가 부를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그날 당직인 산부인과 의사가 들어와서 출산 진행에 관하여 일러주었고, 원할때 내진을 한번 더 하겠다고 했다.

다음으로 마취과 의사가 들어와서 에피듀랄을 맞을 것인지, 에피듀랄의 효능 및 부작용에 대하여 정말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어떤 자세로 맞을 것인지 등을 천천히 일러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나서 잠이 들었는데, 간간히 진통이 느껴졌다. 아직은 견딜만한 정도?

의사가 와서 내진을 해보니 약 6.5cm가 열렸다고 한다. 뭔가 순조로운 느낌이다. 

자궁수축 작용을 하는 피토신(pitocin)을 투여해서 자궁 수축을 유도하여 분만을 유도하기로 했다. 팔에 연결해둔 링겔을 통해 피토신을 투여받았다.

 

그리고 한시간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점점 세지기 시작한 진통은 이윽고 견디기 힘든 강도의 진통이 오기시작했다. 간호사를 불러서 에피듀랄을 맞고싶다고 했다. 이내 마취과 의사가 왔고, 등을 구부린채로 에피듀랄을 맞기 위한 처치들이 행해졌다. 마취과 의사는 기구들을 몸에 붙이거나, 삽입해야하는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왜 하는 것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물론 다 알아듣진 못했다..^^;;) 

 

입에서 절로 끄으응~ 소리를 내게하던 통증은 에피듀랄이 돌기시작하자 바로 안정되었다. 이게 정녕 에피빨이로구나!! 

내진도 하나도 안아팠다. 그냥 살짝 불편한데 얼얼한 느낌이랄까? 9cm가 열리고, 다음으로 10cm가 열렸다는 말을 들었다. 이미 아침에 된 상황. 

아침 8시쯤 되었을 때, 본격적인 출산을 위한 힘주기 타임이 되었다. 아기를 낳기위해 힘을 주는 경우, 호흡을 열심히 하고 정확한 타이밍과 정확한 위치에 힘을 주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모는 힘이 빠지고 아기는 나오지 않아서 여러모로 힘들어진다.

남편과 나는 출산 전 유튜브를 보면서 호흡법을 연습했고, 진통 및 통증으로 정신없는 나를 위해 남편이 옆에서 숨을 들이마시는 시간, 힘주는 시간 및 내뱉는 시간을 체크해주기로 했다.

 

먼저 소변줄을 연결해서 방광을 비운 후 진통 타이밍에 맞추어 가볍게 힘주기에 돌입했다. 방광을 비우지 않으면 자궁입구가 방광에 가로막혀서 아기가 나오기 조금 힘들 수 있다고 한다.

간호사 한명은 모니터를 통해 아기의 상태와 진통 주기를 모니터링하고, 다른 한명은 내 다리를 잡아주어 힘주기 자세를 도와주고, 남편도 나의 다른 쪽 다리를 잡고 힘주기를 도와주었다. 

힘주기 자세는 진통이 오면 내가 어깨를 들어서 배를 바라보는 자세를 하고, 스스로 내 두 다리를 잡아 당겨서 아랫배에 힘을 주는 것이다. 간호사 말에 따르면 똥을 싸듯이 힘을 주라고 했다. 한 주기당 3번의 힘주기를 하고 잠시 쉬고 또 3번의 힘주기를 하면서 출산이 진행되었다.

 

이렇게 애를 낳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단촐하게 진행되는 느낌이었다.

 

 

간호사는 내게 힘을 잘 주고 있으며, 아이가 잘 내려오고 있다고 했다.

"너 30분 안에 아이 낳겠는데?"

라는 말에 속지 않았어야 했는데 ㅎㅎㅎ 

사실 나도 진통도 얼마없었고, 자궁문도 일찍 열렸고, 평소에 운동도 열심히 했으니 정말 몇번만 힘을 주면 슝~하고 아기가 나올 줄 알았다.

 

진통이 오면 힘을 주라고 했는데, 에피듀랄 때문에 진통이 오는지 여부를 알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간호사에게 부탁해서 진통주기를 체크해서 알려달라고 했고, 그 신호에 맞추어 힘을 주었다.

나중에는 에피듀랄 효과가 떨어져서 통증이 느껴져도 진통 주기를 알고 힘주는 위치를 알기 위해서 에피듀랄 용량을 늘리지 않았다. 간호사가 아프면 에피듀랄 용량 높이라고 했는데 내가 자꾸 안높이고 진통을 견디니까 대단하다고 했다. 

 

아무리 에피듀랄을 맞아서 통증을 덜 느낀다고 해도 아래쪽에 가해지는 압박은 상당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도 아이는 도통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전날 낮잠도 자지 않고, 밤에는 이런저런 설명 듣고 진통 체크하느라 기운이 빠진 나는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중간에 의사들이 방문을 해서 힘주기를 돕고, 내 상태를 체크했다. 시간이 지나도 아기가 나오질 않으니 어느 때는 내 침대 주위에 7명의 의료진이 있기도 했다. 

 

힘주기를 시작한지 세 시간이 지났다. 아래쪽이 얼얼하고 자궁 쪽에 묵직한 아이의 머리가 느껴지긴했으나 도통 아기가 나올 기미가 안보였다. 

 

의료진은 출산전문가인 Midwife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우리나라의 산파같은 존재인 미드와이프는 침대보를 밧줄 같이 만들어서 당기도록 했다. 마치 줄다리기 같이? 아래쪽에 힘이 가해지는게 느껴지고, 잘하고 있다고 계속 하라고 하는데도 아기는 나오지 않았다.  😥 나중에는 조선시대 같이 위에서 끈을 내려주고 당기게 했는데도 여전히 아기는 산도에 걸린채로 나오지 않았다.

미국에서 조선시대 자세로 출산할 줄이야

 

병원의 다른 의사들이 나의 병실로 불려오기 시작했다. 경험이 많아보이는 의사는 초음파를 통해 아기의 상태를 확인했다.

바닥을 보고 있어야 하는 아기의 머리가 하늘을 보고 있어서 잘 나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아니 이걸 힘주기 시작한지 3시간이 되어서야 발견을 해?ㅠㅠㅠ

지인 중 한명이 이런 케이스로 결국엔 유도분만을 거쳐서 씨-섹션(제왕절개)을 했기 때문에 갑자기 덜컥 겁이 났다. 의사는 자연분만이 가능한 상태이긴하나 내가 힘을 더 잘 주어야한다고 했다. 이제껏 힘 준 것도 아깝고, 이 상태로 제왕절개를 하게되면 회복이 너무 더딜 것을 알기때문에 힘을 더 주겠다고 했다.

 

남편은 내 머리 맡에서 나의 호흡을 도와주고, 내 다리를 잡아줄 간호사 두 명이 더와서 4명의 간호사는 연실 "push push"를 외쳤고,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있는 힘껏 힘을 주고 머리를 털썩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나 진짜 기절할 것 같아. 기절할 것 같아"

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힘주기를 시작한지 4시간이 지났다. 또 다른 의사들이 방문해서 내 상태를 체크하고, 베큠을 이용해서 아이 머리를 잡고 빼내자고 했다. 베큠도 실패하면 바로 응급 제왕절개 수술로 간다고 했다. 가장 베테랑으로 보이는 의사는 이미 포기한 듯 보였다.

나도 너무 지치고 한편으로는 좁은 산도에 머리가 껴있을 아기의 상태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아기의 심장박동이나, 산소포화도는 정상범위였기에 나는 조금 더 힘을 내보기로 했다.

 

의사가 회음부로 손을 넣어서 거의 헤집어놓듯이 아이 머리를 만졌고, 나는 정말 매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힘을 주었다. 그 힘이 먹혔는지 아기가 좀 더 아래로 내려왔고, 그때 의사가 아기의 머리를 돌려서 아기 머리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었다.

 

그러기를 또 30분이 흘렀을까,

 

드디어, 아기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남편 말에 의하면 회음부쪽이 진짜 엄청 부풀었다고 한다. 그 뒤로는 내가 너무 고통스러워보여서 더 볼 수가 없어서 내 얼굴만 쳐다봤다고 했다. 😱

 

의료진들이 황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래쪽 침대를 분리해서 치우고, 나를 좀 더 위쪽 침대로 이동시켜 아기가 나오면 언제든 받아들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 아기 상태에 따라서 의료기구를 사용해야 할 수 도 있기 때문에 아기 관련한 의료기구들을 내 침대 가까이로 이동시켰다.

  

잠깐 쉬었다가 힘을 주려니 또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얼른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서 열심히 힘을 주었다. 이때는 정말 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빨리 종료시키고 싶은 생각뿐이지 아기가 보고싶다거나 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몇 번을 더 힘주기를 했을까, 아기가 쑤욱 빠지는게 느껴졌다.

아 끝났다.. 드디어 끝났다...

나는 정말 모래알처럼 푸스스 바스러지는 기분이었다.

 

정말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다. 남편이 탯줄을 자르는 것 같이 보였는데, 그런거 볼 정신도 없이 정말 고꾸라졌다.

 

 

의사들이 스킨 투 스킨을 해야한다며, 조그만 핏덩이를 내 가슴팍에 올려주었다.

갑자기 왈칵 울음이 쏟아졌다. 나도 모르게 자꾸 눈물이 나고, 생각보다 더 작고 조그만 아기가 내 품에 있다는 것이 믿기질 않았다. 

 

너였구나.. 너가 엄마한테 오려고 이렇게 오래걸렸구나 ㅠㅠ

아직은 빨간 고구마 같은데, 그냥 마냥 이뻤다. 

엄마의 좁은 산도에 오랫동안 끼어있느라 길게 늘어난 두상도, 잔뜩 부어서 쭈그러져있는 얼굴도, 새까만 머리털도 다 너무 예뻤다. 그리고, 너무 따뜻하고 포근했다. 내 아이구나.. ㅠㅠ 진짜 내 아이가 태어났구나..

 

미국 출산 후기

의료진들은 잠깐 나에게 안겨있던 아이를 다시 데려가서 간단하게 씻기고 몸무게와 키를 재고 생체 신호들을 모니터링 한 다음에 다시 나의 품으로 돌려줬다.

아기가 여러가지 기본 검사를 하는 동안 나는 태반을 배출하고, 회음부를 꼬매는 처치를 받았다. 에피듀랄 때문에 고통은 없었고, 단지 긴 시간동안의 힘주기로 인해 너무나 피곤했다.

 

처치가 끝나고 아기와 약 30분간의 스킨 투 스킨 시간을 보낸 후 나와 남편, 그리고 새로운 가족이 된 우리 아가는 다른 층에 있는 휴식 병실로 옮겨지게 되었다.

미국 병원은 무조건 모자병동이라서 나와 남편, 그리고 아기는 한 병실에 입원해서 케어를 받게된다. 나는 회음부 상처가 잘 아물고 있는지, 감염여부는 괜찮은지 등을 검사하고, 아기는 청력 검사, 시력 검사, 임당 산모에게서 태어났으니 소아 당뇨 검사 등을 진행한다. 추가적으로, 아기가 숨을 잘 쉬는 지, 배변활동은 괜찮은지, 황달이 있는지 여부 등을 검사하고 별 일이 없으면 2박 3일 뒤에 퇴원을 하게된다.

 

그러나,, 우리는 아기를 남겨둔 채 먼저 퇴원해야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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