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부부를 위한 정보/난임일기

[난임일기]30_ 심리상담을 잡다.

쏘이_빈 2021. 2. 8.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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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난임 병원을 방문할때는 병원만 가면 바로 아이가 생기는 줄 알았다. 건강한 우리 부부에게 병원의 적극적 케어까지 있다면 당장이라도 예쁜 아이가 생길 것 같았기 떄문이다. 그래서,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다.

벚꽃이 필무렵 처음 병원 복도에 앉아 두려움 반, 설레임반으로 닥터와의 만남을 기다렸고, 단풍이 지고, 눈이 오고, 다시 봄이 오고, 다시 겨울이 오는 동안 나는 이 복도 의자에 여전히 앉아 있다. 

보스턴 난임 병원 복도에서 대기하며 마주하는 하늘

 

이유없는 난임이 아니라, 내가 원인이 된 난임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내 마음 상태가 너무나 불안했다. 갑자기 눈물이 퐁퐁 솟구치질않나, 이유없이 남을 향한 분노가 생기질 않나.. 너무나 못난 내 자신의 모습에 주변에 연락도 잘 안하고, 딸 걱정에 연락오는 엄마에게 짜증만 내는 날이 많아졌다. 뭘 맘 편히 먹으란 말인가,

병원의 나몰라라 케어 서비스 때문에 일정이 늦춰지거나, 보험회사의 늦은 답변으로 인해 일정이 늦춰지는 일이 잦았는데, 뭘 항의해야하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임신을 볼모로 잡힌 기분이랄까. 그렇게 임신을 시도한 시간보다, 허비한 시간이 더 많아지니까 점점 조급해지고, 그 다음엔 화가 났다. 돈도 쓰고, 시간도 쓰는데 내가 듣게되는 답변은, "다른 검사를 해볼까?" 였으니...

 

2020년 10월에 다시 시험관 시술을 진행하면서 스트레스 지수는 극도화되었다. 10월에 시작했는데, 2월인 지금도 진행중이다.. 하아... 씨부렁...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병원에 적극적으로 물어보기 시작했고, 병원의 안일한 대처와 형식적인 일 처리, 그리고 이 분노를 마구마구 표현할 수 없는 짧은 영어실력 때문에 더 화가 났다. 정말, 이토록 내가 작아질 수 있을까. 이토록 내가 못나질 수 있을까..

 

사실, 나는 아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남의 아이, 친구아이 등등에게 큰 관심이 없다. 그리고, "나의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도 사실 두려움이 섞여있었다. 과연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 이 험난한 세상에 아이를 낳는게 잘하는 일일까, 내 욕심은 아닐까, 등등등.. 그러다가 마침 미국을 나오게되었고, 이렇게 둘다 시간을 많이 낼 수 있는 이 때에 우리 둘을 닮은 아이를 낳아 잘 키워야겠다라는 소박함에서 시작하였다. 

시작을 안했으면 모를까, 아이를 갖으려는 시도를 하였기 때문에 한달마다 기대감을 갖게되었고, 한달마다 실망하게 되었다.

배란주기라도 놓칠 때에는 나혼자 노력해?라는 생각에 남편에게 화가 났고, 다시 임신이 아니라는 한줄의 테스트기를 볼때면 괜스레 남편에게 원망이 갔다. 난임 병원에 가자고 할때도 남편은 내켜하질 않았고, 그러다 또 주기라도 지나면 나는 조급해졌다. 그리고 미국 난임 병원을 알아봐서 가게되었는데, 예약 후 첫 방문에 3개월이 걸렸고, 첫 방문에서 이러저러한 검사 예약을 하고 담당 의사를 만나는데 또 3개월이 걸렸다. 

그리고 1차 인공수정 실패, 2차 인공수정 실패, 1차 시험관 실패.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셧다운, 그리고 보험회사 제출용 검사 다시 시작, 그리고 지금 2차 시험관 진행중. 2년의 과정동안 뭔가를 시도한 주기보다, 검사 + 휴식의 주기가 더 많이 지나갔다.

 

그 동안 나는 인생을 임신이라는 목표에 저당잡힌 기분으로 살아야 했다. 술을 마실때도 양심의 가책을 받았고, 과격한 운동은 하지 않았으며, 좋아하는 음식을 줄여야했고, 혹시 모를 임신에 대비해서 여행 계획도 세우지 않게 되었다.

항상 무언가에 발목 잡혀있는 것 같았다. 좋은 엄마가 되려는 준비보다는, 임신 자체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 점점 조급해졌다. 

 

그래서, 심리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사실, 내가 이러이러한 상태니까 보다 적극적인 처방을 해달라! 고 병원에 몇번 건의했더니 심리 상담을 추천해주었다.. 몇번씩이나.. 뭔 소리야!! 빨리 임신이나 시켜달라고!! 라는 마음으로 심리 상담을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자꾸 마음이 닫혀가고, 속이 곯아가는 나를 더이상 방치할 수가 없어서, 심리 상담에 응하기로 했다.

이 블로그에만 써내려왔던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남에게 조금 꺼내놔야겠다. 

나도 더 이상 내 스스로가 아파하는 것을 견딜수가 없기 때문에, 조금 더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객관적으로 상태만을 바라보기.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지나간 일에 대한 집착을 버리기.

-감정에 앞서서, 정말 중요한 것을 잃지 않기

 

  올해는 유독 많은 눈이 오는 것 같다.

다음 겨울에는 더 성장한 내 자신으로, 가급적 새로운 가족과 함께 눈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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