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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일기]32_미국 시험관시술 냉동 배아 이식 후기

쏘이_빈 2021. 2. 22.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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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미국병원 시험관 시술 중 냉동배아 이식 후기에 대하여 써보려고 합니다.

언제 시간이 흘러서 배아를 이식하게 되는지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시간이 참으로 더디게 흘렀다. 임신을 기다릴때는 그렇게 들이닥치던 생리가 어찌나 늦게 보이던지, 남들은 벌써 이식하고 임신 소식 듣던데 나는 왜 아직도 그자리인지.. 10월부터 시작된 시험관 사이클이 정말 징글징글 오래 간다.

그러저러 맘 졸이기를 거듭, 드디어, 2월 19일 이식날이 다가왔다.  뭔가 설레는 기분과 두려운 마음이 겹쳐서 괜스레 긴장이 되었다.

어느새 또 겨울. 보스턴 난임병원 앞에 눈이 소복히 쌓였다.

 

1. 이식날이 잡히다.

나는 과배란을 통한 변형된 자연주기의 이식을 진행한다. 변형된 자연주기는 생리가 시작되면 과배란 과정을 거친 후, 배란 유도 주사를 맞아 배란일을 조정하고, 배란일로부터 3~5일이 지난 날에 이식을 진행하게 된다. 

  >>자연주기 이식, 변형된 자연주기 이식, 호르몬 주기 이식 등의 이식 방법 알아보기

  >>냉동배아 이식 주의사항 알아보기

생리 3일차부터 난포 키우는 주사인 고날에프를 열심히 맞아서 난포를 키웠다. 내가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다보니, 너무 많은 수의 난포가 자랄까봐 걱정되었다. 난포의 크기를 관찰하기 위하여 2월 5일부터 1-2일에 한번씩 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하고, 피검사를 하여 에스트라디올 수치를 측정했다. 하도 난포가 크게 안자라서 처방받은 것보다 고날에프 양을 늘려야하나 고민도 했더랬다. 하지만, 자의로 바꿨다가 난소 과자극증후군이 올수도 있으니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믿고 따랐다.

날짜 자궁내벽 두께(mm) 가장 큰 난포 크기(mm)
2/9 8 11
2/11 9.7 15
2/12 10.5 16

  * 난포 터트리는 주사를 맞을 수 있는 최소 난포 크기 :16mm 

  * 배아 이식을 위한 적절한 자궁 내벽 두께 : 8-12mm

그리고, 그 중 가장 커다란 난포가 16mm로 관측되었을 때 난포 터뜨리는 주사인 오비드렐(Ovidrel - 250mcg)를 맞았다. 오비드렐 맞은 후 36-48시간 이내에 배란이 되기 때문에 2월 14일을 배란일로 예측하고, 배란일로부터 5일이 지난 후인 2월 19일이 이식날로 결정되었다. 내 배아들은 모두 5일 배양된 후 냉동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배아를 이식할지는 내가 결정할 수 없다. 성별도 공개되지 않는다. 

 

 

2. 이식을 위한 준비

막상 이식날이 잡히고 나니,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설렘, 흥분, 두려움, 걱정 등과 갖은 온갖 감정이 나를 찾아왔다. 여러 까페를 찾아다니며 이식 전에는 무엇을 해야하나,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나 검색해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실패 사례에 걱정하기도 했다. 나도 혹시 그들 중 하나가 될까봐 괜히 슬퍼지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이미 많은 시간을 견뎌와서 인지 덤덤하기도 했다.

그냥, 평소에 하던 일들을 하고, 반찬을 미리 만들어놓고, 블로그 글을 쓰면서 배아에 대한 공부를 했다. 

잠이 안오면 코스트코에서 구입한 멜라토닌을 먹고 잤다. 그래도 잠이 안오면 그냥 웹툰도 보고 소설책도 보면서, "휴식"을 잘 취해야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걱정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마 난임여자들의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

 

이식날 아침,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3. 이식날

이식 예정 시간은 12시 25분이다. 아침에 밥을 먹어도 되며, 단, 한시간 전에 물을 40oz(약 1리터) 먹고 오라는 지시만 받았다. 아니, 1리터는 너무 많은거 아닌가 하고 한국 사이트를 검색해봤더니, 너무 많이 마셔도 다시 빼내야 하니 물 한컵 정도만 마시면된다고 한다. 1리터까지는 아니고 500-600ml정도의 물을 이식 준비를 위해 11시 55분까지 병원에 도착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남편도 들어올 수 없고, 오직 나만 병원에 입장했다.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잠시 대기를 하는데, "방광 가득 채워왔어?"라고 묻는다. 음 ,, 대충 이식시간이 되면 다 차지 않을까? 싶어서 "maybe.."라고 대답했더니, 갑자기 이제 이식하러 가자고 한다. 아직 12시 5분인데..? 앞 타임 이식이 빨리 끝났다보다...큰일이다.. 내 방광 아직 비어있는 기분이야. ☹︎

그리고, 거의 1년 6개월만에 담당 의사를 만났다. 닥터 수터...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래도 이식은 담당의사가 직접 해주나보다.. 아니면 우연히도 닥터 수터가 담당하는 날에 내가 이식을 하게되었거나? ㅎ 미국 병원에서는 그날그날 담당인 의사들이 진료를 봐주고, 전체적인 관리만 담당의사가 진행한다.

 

"이게 오늘 이식할 너의 배아란다~"

5일 배양 배아

예상치 못하게 훅 들어온 배아 사진. 이게 나의 배아라고? ㅠㅠㅠ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감자배아인지 뭔지, 까페에서 많이 칭하던 그 배아 모양일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나와 남편의 정상염색체를 포함한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의 배아라는 생각이 드니까 갑자기 눈물이 왈칵... 의사와 간호사가 배아 모양이 예쁘다고 말해주니까 괜히 더 찡했다. 그럼,, 그럼,,어떻게 살아남은 아이인데..  

 

의사와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시술의자 위에 누웠다. 복부 초음파를 통해 배아가 이식될 자궁 내벽을 확인해야한다. 그런데, 초음파 리더기로 내 배를 문질문질하더니, "음, 아직 많이 비었는데?"라고 했다. 급 당황, 눈물이 쏙 들어갔다. 어떻게하지, 이제라도 물을 달라고 해서 마셔야 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배에 살이 많지 않고 평평해서 괜찮을 것 같아"라고 했다. 휴 다행이다. 그래도 걱정되었다. 방광이 채워지지 않은 것 때문에 배아 이식이 잘 안되면 어떡하지.라는 오만 생각. 난임 시술은 정말 나를 한없이 약자로 만든다.

 

1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무사히 잘 이식이 되었다며 초음파 사진을 건내주며 이식이 마무리 되었다. 정말 저 조그만 녀석이 내 안에 잘 자리 잡은 것일까? 정말, 저 조그만 녀석이 나의 기쁨으로 잘 살아서 아기집도 짓고, 잘 커줄까.

"자 이제 옷갈아 입고 집으로 가도 돼~"

음? 그냥 가라고? 보통 배아 이식한다음에 병원에서 30분정도는 누워있고 오던데... 여기는 그냥 수술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옷갈아입고 가라고 한다. So cool~  뭐..배아 이식한 후에 누워있든, 걸어서 집에 가든 똑같다고 했으니 그냥 가기는 한다만... 영 조심스럽네~

 

 

병원 로비에서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내가 더 늦게 내려올 거라 예상했는데 너무 일찍 내려와서 놀랐다고 한다. 그러게. 나도 놀랐어..

집으로 왔다. 조심조심. 눈이 오는 예쁜 날이다. 아직 심장이 뛰는 나의 아이는 아닐지라도, 뭔가 우리의 아이가 될 배아가 내 안에 있다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고, 기분이 묘했다.

 

집에서 남편과 누워서 뒹글뒹글, 난 오늘 눕눕만을 시전할테다! 선언하고 열심히 누워서 게임도하고, 웹툰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저녁으로는 한국에서 엄마가 보내준 장어구이를 구워서 냠냠. 우리엄마도 나 키우느라 힘들었을텐데, 나도 이제 엄마가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아, 엄마 보고싶다.

이식하고나서는 단백질 먹어야 한다기에 아껴뒀던 한국에서 온 장어구이

 

4. 이식한 다음날

나도 모르게 증상 놀이를 하고 있다. 웬지 아랫배가 묵직한 것 같고 웬지 콕콕 쑤시는 것 같다. 하하;;

배에 열을 가하는 것은 착상에 방해가 된다기에 제일 좋아하는 온수매트도 꺼두고, 일부러 샤워도 미루고미뤄서 재빨리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좋은건 다 피하고 싶달까? 내 주변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힘든 야근도, 운동도, 스트레스도 다 이겨내고 아이가 잘 자리잡던데 나는 정말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하는 신세라니.. 

나와 남편은 배아가 찰싹 자리잡고 있어주길 바라며, 배아가 자궁벽을 잘 파고 들길 바라며 두더지 흉내를 내며 웃었다. 걱정대신 좋은 생각만 하고 싶은 마음이다. 디그디그 열심히 파고 들거라. 나의 소중한 배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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