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부부를 위한 정보/난임일기

[난임일기]29_생리 시작. 이식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쏘이_빈 2021. 2. 3.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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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리가 시작되었다.

주기가 약간 밀리면서 혹시나 자연임신이 된건 아닐까 생각했지만 3개의 임신테스트기는 여지없이 단호박 한줄을 보여주었다. 그럼 그렇지, 기대를 안했는데도 불구하고 실망감이 가져오는 한숨은 숨길 수가 없다. 🥲

요새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있다. 멜라토닌을 한알씩 복용하는데도 잠을 자지 못할 때가 많다. 새벽 4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드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괴롭히기도하고, 앞으로가 걱정되기도 한다. 생각없이 잠들고 싶은데,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마음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분노, 걱정, 실망, 기대 등을 떨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참고로,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들도 멜라토닌을 처방받아 먹고 있기 때문에, 멜라토닌이 임신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걱정없이 꿀잠자고 싶다..

병원에 연락을 했다, 생리가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생리 주기 셋째날에 병원에 방문해서 초음파와 피검사를 하게된다.

아직 의사와 상담을 하지는 않았지만, 염색체 및 유전자 검사를 보낸 8개의 배아 중 3개의 배아가 정상판정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금은 8개 모두 냉동상태인데, 곧 5개가 폐기될 것이다.😰 어쨌든, 정상 배아가 한 개도 없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고민을 했었는데, 정상 배아가 3개라고 하니 감사하다.  하나도 없었다면 정말 엄청난 자괴감에 시달렸을 것 같다.

 

이제 남은 것은 신의 영역이라는 착상의 문제만 남았다. 유산 경험이라도 있다면 착상은 문제가 아니다~ 라고 단언할 수 있겠지만, 나는 임신을 아예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사실, 화학적 유산이 있었을수도 있지만 내가 확인한 것은 없기 때문에..), 착상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의 몸을 안정적인 상태로 만드는 것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 또한 내 자신인걸 어찌하리..

 

미국에서는 착상 전 염색체 검사를 하면, 배아의 성별을 알 수 있고 원하는 성별의 배아를 하나 이식할 수 있다. 미씨 유에스에이에서는 2개 이상의 배아를 이식한 후기를 꽤 보았으나, 나의 담당 의사는 절대 안된다고 한다. 쌍둥이가 임신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니 오로지 한개의 배아만 이식해준다고 한다. 사실 난 이걸 반복하느니 쌍둥이를 임신하고 싶다. 정말로... 하지만 고위험군이라 절대 안된다고 하니, 내가 떼써봐야 어쩔 수 없는 일인것 같다.

그래서, 성별을 골라야 하는데 만약 3개의 배아 중에 남자아이가 있다면 남자아이를 고를 생각이다. 난 정말 너무너무 딸을 원하고, 친구같은 딸과 잘 살아가는게 꿈이었는데 난임의 고통을 겪고, 가임기 여자로서 감당해야하는 힘든 현실을 마주하며 살다보니 이런 고통을 전해주고싶지 않아진다... 사실 모든 여자가 이런 고통을 겪는건 아니지만, 난 이제 임신을 꿈꿨던 행복한 상상으로 인한 기쁨회로가 중단된것 같다. 간절함만이 남아서 약간은 뜨거운 불판위에 서있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현실로 돌아와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 밥 잘먹고, 운동하고, 공부하고, 잘 자면서 나의 하루를 살아야한다.

내일 병원가서 IVF baseline을 잡고 이식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게 되면, 아마 2주-2주 반 안에 이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두근거리는 마음도 있지만, 웬지 걱정이 앞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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