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보스턴 지역의 모든 병원이 셧다운 되었고, 지난 3월의 시험관 시술 이후 병원에 가지 못했다. 시험관 시술의 실패에 대한 의사 상담도 캠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병원이 다시 열리기만을 마냥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자연임신을 시도했다.
배란일에 맞춰서 숙제를 하기 위해서 배란 테스트기를 모두 집합시켰다!
4월 배란일 즈음에 이유 없는 부정출혈이 발생해서 괜히 겁을 먹기도 했다. 배란혈이라기엔 피가 철철;; 그래도, 출혈이 멈추었으니 긍정적인 마음을 갖기로 했다.
배란테스트기 사용해서 배란일 맞추기
월경 주기 앱에서 알려준 주기가 어찌나 안 맞는지 이번 주기엔 배란테스트기를 10개 정도 사용했다. 나 같은 다낭성 난소증후군으로 주기가 불규칙한 사람들은 제대로 된 난자 한번 만나기가 정말 힘들다.
이러면 안되지만, 사춘기 시절부터 불규칙했던 생리 주기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좀 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후회와 엄마에 대한 약간의 원망도 생기곤 한다.
누구의 탓도 아니지만, 자꾸 내 탓을 하게 되는 게 난임 여자의 가장 힘든 일이 아닐까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원포 배란테스트기보다, 세이플리 배란테스트기 타입이 잘 맞는 것 같다. 원포 배란테스트기는 한 줄과 두줄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게 어렵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2줄이 비슷한 굵기로 생겨버린다. 그에 반해 세이플리 배란테스트기는 임신테스트기 같이 명확히 나온다. 좀 더 사 올걸.. 여긴 너무 비싸다.
난임 병원 의사가 나같이 다낭성 난소증후군인 환자들은 호르몬 수치가 불규칙해서 배란테스트기로 정확한 배란인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해봐야 하니까 열심히 배란테스트기를 써본다. 세이플린 배란테스트기가 다 떨어져서, 아쉬운 대로 원포 배란테스트기로 배란 여부를 체크했다.
괜히 기다려지는 생리 예정일
배란일에 맞추어 남편과 관계를 하고, 혹시 모르니 앞뒤로 무리해서 더 하고, 무리하게 운동하지 않고, 술과 커피도 먹지 않았다. 스트레스받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배란일로부터 2주일이 지나고, 생리 예정일이 가까워질수록 혹시.. 설마.. 하는 두근거림이 생긴다. 매달 설레고 매달 실망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설렌다.
이쁜 아기가 찾아오면 뭐부터 해야 하지?라는 생각에 두근거리고, 설레발이 심해지면 우리 아이가 아이돌로 데뷔하는 생각까지 해본다. 하하.
그리고, 임신테스트기를 해보았다.
기대 안 해야지 안 해야지! 하는 말을 되뇌면서, 기대되는 마음을 누를 수가 없다.
그리고, 여지없이 찾아오는 실망감.. 왜 내겐 이다지도 힘든 걸까..
임신한 친구들과의 벽
친한 친구 5명 중 3명이 2-3달 차이로 임신을 해서, 한 명은 4월에 출산을 했고, 나머지는 5월 중에 출산을 한다. 나도 그들과 같이 육아 얘기도 하고, 임신 중 에피소드도 공유하고 싶었는데, 이젠 카톡도 맘대로 할 수 없다.
나도 모르게 솟아오르는 질투심도 있지만, 친구들이 내게 임신, 출산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들의 배려가 입을 쓰게 한다. 나도 쿨하게 받아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굳이 연락하지 않게 되었다.
힘내라는 말도 듣기 싫고, 맘 편히 먹으란 말도 듣기 싫은데, 부러움과 질투를 가시 같은 말로 표현하고마는 내 자신이 더 한심하다.
작아지는 나를 다독여주는 남편에게 괜히 부아를 내고 말았다.
그리고 괜히 미안해져서, 남편과 술 한잔 하기로 했다.
저녁 먹으며 와인 한잔 두 잔 마시다 보니, 2병이 되었네.. 그리고 흥이 오른 남편은 위스키까지 한잔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은 망했다 라면까지 등장했으니. 하하
혼자 배에 주사를 놓을 때는 이 지긋지긋한 일을 다신 하지 않길 바랬고, 미국 시험관 시술 비용을 청구받았을때는 이걸 접어야 하나 생각했는데,,
이제는 다시 병원에 가고, 제대로 시험관 시술을 하길 기다리고 있다. 숙제 같은 임신이지만, 원하고 있고 내맘대로 되지 않는 일이기에 더 간절함이 커지는 것 같다.
순리대로. 기다리다보면 제게도 차례가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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