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기다리는 중에는 배란 주기를 넘어서면서부터 온갖 설렘이 시작된다. 그리고 생리 예정일이 가까워질수록 더 설레지고 한편으로는 겁이 나기도 한다. 임신 테스트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다가 생리 예정일에도 피가 비치지 않으면 두근거림을 꾹 참고 임신 테스트기를 해본다.
이번에도 한 줄이다...
그리고, 희망고문의 시간은 길어졌고 또 다시 생리가 시작되었다.
생리 예정일이 되어도 생리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다낭성 난소 증후군 때문에 주기가 불규칙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혹시 임신일지도 모르니 조심하고, 술도 마시지 않고, 혹시 하는 마음에 임신 테스트기를 몇 개나 써버렸지만 늘 한 줄로 체크되었다.
유독 더 생리가 늦어지는 바람에 마음은 초조해지고, 호르몬의 영향으로 더 예민해져가는 나 자신이 진절머리가 났다. 미국에 있으니, 사소한 검사를 받으러 가기도 힘들다. 병원비도 병원비지만, 현재는 긴급 상황 말고는 병원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생리가 무려 2달만에 시작되었다. 눈물이 났다. 다시 주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이번 시도도 꽝이었음을 나타내며, 한편으로는 너무나 늦어지던 생리가 다시 시작되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준다. 사실 어떤 의미로든 공허함을 가져다준다.
인터넷을 통해 왜 그런지, 왜 임신이 안되는지, 어떤 영양제를 먹어야 좋을지 검색을 해도, 늘 그들만의 이야기일 뿐 내 상황을 모두 반영할 수 없다. 마음을 편하게 먹으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말일지, 여전히 모르겠다.
임신, 육아를 하는 친구들과 멀어진 느낌이 든다. 나도 그들에게 잘 연락을 안 하는 것도 있지만, 친구들도 내게 연락이 뜸해졌다. 나에게 임신 중 고통이나 육아의 고충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그들의 배려가 고마우면서도, 친구들이 공유하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없는 날에는 소외감과 허무함을 느낀다. 그리고, 쿨하지 못한 내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도 든달까..
쿨하게 임신 중 상황에 대해 물어보고, 육아의 고충을 몇 번 들어주다 보면 다시 친구 관계가 회복된 기분에 나름 뿌듯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듭되는 임신 실패로 인해 부러움이 고개를 들고, 시기, 질투, 자책감, 자괴감 등의 나쁜 감정들이 나를 지배하게 되니 그냥 피하게 되었다.
아마도,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 나는 절대 쿨해질 수 없을 것 같다. 하하하.
생리가 시작되면서 참아왔던 와인도 마시고, 맥주도 마시고, 밀가루도 마구마구 먹어버렸다. 이런 것들도 다 참아야 했겠지만, 이번 주는 그냥 놓아야겠다. 뜻대로 안 되는 일에 의지를 더하는 일은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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