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부부를 위한 정보/난임일기

[난임일기]15_ 오랜만에 연락온 친구의 출산 소식

쏘이_빈 2020. 5. 22.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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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난임이 오래 지속되었다. 피임 안 하면 생기겠지, 병원에서 이상 없다니까 곧 생기겠지, 병원에서 준 약 먹으면 생기겠지, 병원에서 준 주사 맞으면 생기겠지, 인공 수정하면..? 시험관 하면...?

하지만 아이는 아직 우리 부부에게 오지 않았다. 아이가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압박하면서 오는 고통은 감당하기 어려웠고, 마음을 편하게 먹고 조금씩 내려놓으려고 노력했다. 아이 가질 생각은 있는거야? 라는 질문에 아직 잘 모르겠어요, 자연스럽게 생기면 낳아야죠 라고 난임을 숨기던 나를 내려놓고, 노력하는데 잘 되질 않아서 걱정이에요라는 말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 아이 낳았어, 아이는 축복이야, 너도 빨리 이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라는 단순하면서도, 내겐 너무 잔인한 말들을 전했다. 하하, 갑자기 온몸에 기운이 빠진다. 해야 할 것들을 하지 못하고, 마음속 우물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 우울함에 잠식되면 안 되는데 어쩔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만약 지금 내가 임신 중이었다면, 혹은 아이가 있었다면, 진심으로 축하만 해줄 수 있었을까. 나도 곧 너랑 같은 기분을 느끼겠지 라고 하거나, 야~ 헬 육아의 세계로 온 걸 축하한다 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전할 수 있었을까. 단지.. 고생했고,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는 나의 마음 상태가 블루이다.

이럴땐 정말 나 자신이 얼마나 못났는지, 얼마나 속이 좁은지 민낯이 드러나게 돼서, 영 불편해진다. 다행히 얼굴을 보거나 전화를 하지 않고 카카오톡으로 소식을 전하는 세상에 사는 덕분에 조금은 가면을 쓸 수 있다.

 

괜히 같이 있는 남편에게 우울함의 불똥이 튀었다. 이런 날은 웃으며 대하기가 힘들다. 뭔가 지친 마음에 잠이 들었는데, 출산 소식을 전했던 친구가 나왔다.  나의 꿈속에서 그녀는 환하게 나를 보며 "오랜만이야"라며 웃어주었다. 꿈속인데도 갑자기 복받쳐 오르는 마음이 들어서 눈물이 났다. 잠시나마 그녀를 미워했던 마음에 미안하고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엉엉 울어버렸다. 눈을 떴는데도 기분이 묘했다. 내가 이 시기를 통해 성숙해지는 걸까, 더 못난 면이 늘어나는 걸까..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참 어렵다. 특히나,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이런 생리 시작하기 직전에는 더욱 그렇다. 생리 시작하는 자체도 힘들고, 호르몬에 휘둘리는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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