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일기를 쓸 지 말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이번달만 지나면, 아니 다음달에는 임신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과, 치부같이 여겨지는 이 기분을 알린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혼 3주년이 지났고, 우리에겐 아직 아이가 없다.
나만의 대나무 숲이라도 만들지 않으면 감당이 안될 어두운 기운을 정화시키기 위해 최대한 덤덤하게 글을 써보려 한다.
피임 안하면 아이가 바로 생기는 줄 알았다.
연애 1년 쯤 되었을때 결혼식을 올렸다. 33세 남자와ㅡ31세의 여자 🤵👰. 짧은 연애 기간 탓에 아이는 천천히 낳기로 암묵적 합의가 되었고, 둘다 바쁜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둘다 회사에서 자리 잡기에 중요한 시기였기에 각자의 생활을 우선시 했다.
결혼 10개월 후, 이제 우리도 슬슬 2세 계획을 해볼까 생각했다. 간절함보다는 그냥 생기면 낳자 정도의 피임안하기였다. 내 자식은 어떨까 하는 생각과 이렇게 우리가 바쁜데 누가 애를 키우나ㅡ 하는 생각이 왔다갔다했고, "언제 애 낳으려고? 얼른 낳아서 키워야지"라는 숙제 같은 말에서도 졸업하고 싶었다.
피임을 안하면 바로 임신이 되는 줄 알았는데, 한달, 두달이 지나도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갑자기 초조함이 찾아왔다. 혹시, 내 몸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닐까?
혼자 산부인과에 찾아가서 검사를 받았다. 바쁜 남편은 자연히 생기게 될 것을 뭘 병원까지 가냐며, 시간이 앖다고 했다. 양재 큰 산부인과의 난임 전문의사는 자궁 내부 상태도 깨끗하고 큰 문제가 없으니, 배란 유도제를 써서 배란일을 잡아보자고 했다.
내 난자가 이렇게 더디게 크는 줄 몰랐다.
클로미펜을 처방 받아서 먹고, 배란 시기 즈음이라고 예상해준 날에 병원을 가서 초음파 검사를 했다. 제대로 큰 난포가 아직 없다고 3일 뒤에 다시 오라고 했고, 의사는 3일 뒤에 또 같은 말을 번복했다.
에이ㅡ 뭐가 이래, 걍 뭐 맘편히 먹으면 생기겠지. 하고 더이상 병원도 가지 않고 배란테스트기만을 사용했지만 아이는 오지 않았다.
배란테스트기 몇십개와 임신테스트기 몇개를 배송받았다. 인터넷 후기를 찾아보면 배란테스트기 써서 성공한 경우가 많던데,나는 배란테스트기 몇십개를 더 주문해야했고, 생리가 늦어져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용했던 임신테스트기도 다시 주문해야했다.
그렇게 호르몬 주기는 나를 여러모로 괴롭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격렬한 운동은 시작하지고 못했고, 술도 자제했지만 어김없이 터지는 생리.
내가 잘 못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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