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부부를 위한 정보/난임일기

[난임일기]05 _ 이번 주기는 패스입니다.

쏘이_빈 2020. 3. 13. 06:16
728x90
반응형

처음 인공수정이 에스트로겐 수치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중단되고 난 후, 다시 생리가 시작되었다. 솔직히 들떴다.🙊 다시 주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다시 임신을 시도해도 된다는 것이니까.

그러나, 미국 인공수정 관리는 생각보다 깐깐했고, 정확한 메뉴얼 대로만 진행했다. 

MGH 난임 병원은 가장 높은 층에서 있어서 뷰가 좋으며, 아침 해를 고스란히 받아낸다.

 

생리 첫째날. 난포 키우는 주사를 구할 수 없었다.  

알려준 대로 생리 첫째날에 병원에 전화를 했고, 셋째날에 병원에 방문하여 피검사 및 초음파 검사를 통해 상태를 확인하자고 했다.

저번 인공수정 경험상, 다낭성 난소증후군인 내게는 난포 키우는 주사인 고날에프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지난 인공수정 진행의 실패는 생리의 시작으로 알 수 있었고, 그날이 오늘이었기 때문에, 내겐 난포 키우는 주사가 없었다. 한번 개봉된 약은 2주일이 지나면 다시사용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에 지난번에 남은 고날에프주사를 사용할 수도 없었다.

나를 고난과 시험에 들게하는 고날에프 900IU

미국에서는 집앞에 있는 CVS에 가면 어떤 약이든 구할 수 있지만, 난임에 관련된 약은 난임 전문 약국에서만 구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난임 전문 약국은 차로 40분 거리에 있다.😣

병원에서 혹시 구해줄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구해줘야하는거 아니야? 라는 한국적인 생각을 가지고 간호사에게 질문을 했다. (한국에선 난임 센터 앞에 있는 약국에 항상 약이 그득그득할텐데..)

🙍🏻‍♀️ "나는 지금 고날에프가 없는데, 어떻게 구해요?"

👩🏻‍⚕️ "없다고? 약국에 전화해봐, 저번에 처방전 한꺼번에 보내졌을껄?"

... 약국에 전화했는데, 처방전 안 받았고, 당장은 준비된 약도 없다고 한다..

다시 병원에 전화해서,

🙍🏻‍♀️ "약국에서 처방전 받은거 없고, 약도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죠.. (울먹울먹😢)"

👩🏻‍⚕️ "아 그래? 그럼 이번 주기는 안되겠네~ 약이 없으니~ 병원도 올 필요 없어~"

뭐라고,?🤬🤬 약이 없으니 진행할 수 없다고? 약을 구해주던가, 미리 처방전을 보내놓던가 해야하는거 아니냐~ 나는 분노했지만 최대한 참고, 약을 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분노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그렇게 첫째날이 지나가고, 다음날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생리 둘째날. 배란 유도제를 구할 수 있다고?!! +_+  

👩🏻‍⚕️ "너가 진짜 원하니까, 내가 다른 약국에 약이 있는지 알아봤어, 전화 한번 해봐. 아마 배송 받을 수 있을꺼야~"

Thanks God.!! 정말 너무 고마웠다. 이번 주기를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때문에 가슴이 복받쳤다.

하지만, 역시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간호사가 알려준 약국에 전화해서 히스패닉계 안내원의 엄청나게 빠른 영어와 씨름했지만, 가장 빠르게 배송을 해줄 수 있는게 일주일 뒤라고 한다. 

나는 고날에프가 당장 내일 밤부터 필요하다구요!!!! 😭😭😭

혹시 내가 직접 가지러 가면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했다. 차로 한시간 거리다. 물론, 우리 부부는 차가 없다. 하하하.. 차를 구해봐야지..

 

생리 셋째날. 난임병원 방문, 그리고 난포키우는 주사를 구했다.  

생리 주기 셋째날 병원에 방문해서 피를 뽑고, 초음파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는 오후에 나온다.

그 길로 바로 집카(Zip car)를 빌려서, 한시간 거리의 난임 약국으로 갔다. 차가 밀려서 한시간 반정도 걸린 것 같다. 힘은 들었지만 남편과 힘을 합쳐 이른 시간부터 고생해서 그런지 웬지모르게 뿌듯했다.

*Zip car는 우리나라의 쏘카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이다.

그리고 그 날 오후, 병원에서 전화를 받았다.

👩🏻‍⚕️ "당신의 에스트로겐 수치가 아직도 너무 높아서, 이번 주기는 그냥 캔슬해야합니다."

이건 또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람... 이대로 진행하면 나한테도 해로울 수 있다고 한다. 

그래, 알겠습니다.. 기운 없는 목소리로 대답하고, 울컥하는 눈물을 삼켰다.

 

소주가 땡겼지만, 비싼 소주 대신 와인을 마셨다.

남편은 괜찮다고 다음에 더 건강한 상태로 진행하면 된다고 했는데, 내 마음은 구멍이 숭숭 뚫린듯 허했다. 울다가 웃다가 와인을 들이켰다. 

나는 괜찮은 걸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