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부부를 위한 정보/난임일기

[난임일기]04_ 호르몬 주사의 굴레에 들어가게 되었다.

쏘이_빈 2020. 3. 12. 09:38
728x90
반응형

미국 난임 일기 네번째 이야기, 드디어 첫 번째 인공수정을 시작한 이야기.

한국에서도 2017년부터 난임병원을 다녔는데, 미국에 오면 웬지 바로 아이가 생길것 같아서 기다렸지만 아이는 오지 않았다. 2018년 8월 미국에 온 이후로도 계속 시도했지만, 결국 2019년 4월 미국 병원(학교 메디컬 안에 있는 산부인과)을 방문했다.

자궁 내부도 정상이고, 혹도 없고, 피검사 수치도 다 정상인데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있어서 배란이 불규칙한 문제가 있다고 약을 처방해준다고 했다. 그리고 그 주기에도 아이는 오지 않았고 추가적으로 남폄의 정자 검사를 실시했다.

정자 모양의 정상범위가 평균 이하라고 한다......

전문 난임 병원에 가야겠다며 몇군데 소개해주었고 예약을 위해 전화를 걸었다. 세상에나..가장 빠른 예약일이 3달 뒤다.. 미국 병원을 너무 얕본것 같다.
2019년 7월에 방문한 난임병원에서는 이러저러한 검사를 다시 해야한다고 했고 결국 검사 결과를 다 받아본 후 다음 주기인 11월에야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사이에 친구들로부터 수많은 임신 알림 소식을 들었다. 나처럼 고민하던 친구들도 길어야 3달이면 그 고민이 끝나는데, 나만 여전히 난임의 고민에 빠져있다..

의사는 내게, 인공수정(IUI)을 해보자고 권유했고, 정말 난임의 지식이 1도 없던 나는 무조건 예스예스를 외쳤다. 좀 더 자세히 알아봤다면 바로 시험관을 하자고 했을텐데.. ㅎㅎ

어쨌든 아이가 금방 생길것이라는 핑크빛 꿈에 부풀어서 생리 주기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이놈의 다낭성 난소는 절대 한달만에 생리를 시작하지 않아서 무의미한 임신 테스트기를 낭비하게 만든다 ㅠ


MGH 난임 병원에서는 생리 첫째날 전화하라고 했고, 호르몬 주사를 처방해주었다. 처음에는 내가 맞는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냥 맞았던 것 같다.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하면 바로 생기겠지~ 하는 마음과, 배에 주사를 놓는 공포감 때문이랄까

 

 

미국 난임 치료, 가장 힘든 일은 언어의 벽.

사실 미국에서 난임 치료를 받으며 가장 힘든 일은 영어로 하는 의사소통이다. 나는 간호사가 하는 주사의 종류와 용량에 대하여 잘 알아듣지 못했고, 간간히 간호사가 한숨 쉬는 것을 들으며 한없이 작아져야했다.

초음파 검사 도중에 더듬더듬 궁금한 것을 물어보긴했지만, 난포, 난자, 배란 등의 용어는 입에 잘 익지 않았고 내 질문을 정확하게 전달하지도 못했다. 한없이 작아지는 시간을 몇 번 겪은 후에는 '알아서 잘 해주겠지', '내가 물어본다고 뭐가 달라지나..'하는 생각들이 들었다.

대기실에서 동양인은 대부분 나 혼자인 경우가 많았다. 간호사와 의사들은 정말 친절했으나, 언어의 벽으로 인한 거리감을 좁히지 못했다.

 

1차 인공수정 시작_ 2019년 11월.

(1) 생리주기 첫째날

인공수정을 진행하기 위해, 배란촉진제를 맞으면서 난포의 성숙 여부를 살피고, 초음파를 통해 배란 여부를 관찰하여 남편의 정자를 주입하기로 했다.

병원에 전화를 하니, 난임 전문 약국에 약을 신청해주었고, 생리 셋째날에 병원에 방문하라고 하였다.

여기는 아무 약국이나 가서, 난임에 관한 약을 사는 것이 아닌 난임 전문 약국에 방문하거나, 택배로 배송을 받아야 한다. 번거롭.😒

 

(2) 생리 주기 3일차

 

고날 에프 - 배란 촉진제

 

처음 만난 주사는 Gonal-f RFF Redlject Subcutaneous Solution 900 Unit/1.5ML라는 배란촉진제였다. Gonal-F (Follitropin alfa) 주사는 여포(follicle)을 자극하여, 난포를 성숙시키는 데 사용한다. 냉장고에 보관해야한다.

생리 주기 셋째날은 우리 3번째 결혼기념일이어서, 보스턴 근처의 카지노 호텔에 놀러갔다. 주사를 잘 챙겨가서 호텔 냉장고에 보관하고, 밤 9시 반에 37.5 unit의 고날 에프 주사제를 배에 놓았다.

남편은 바늘이 무서워서 도저히 놓아줄 수 없다며 도망갔다. 나도 무서웠지만 그냥 트라이. 생각보다 안아팠다. 뱃살 탓인가 🤣😂 그래도, 처음이라 무서웠다. 

 

(3) 생리주기 6일차

3일 동안 밤 9시 반에 맞추어 고날 에프 주사제를 왼쪽 /오른쪽 배에 번갈아 놓고, 아침 8시에 MGH난임 병원에 방문했다.

이 난임 병원은 아침 7시-9시에만 초음파 & 피검사를 했기때문에 주기가 진행되는 동안 아침은 늘 바빴다. 그리고, 난임 병원은 나처럼 힘없는 표정의 커플들이 가득했다. 생각보다 난임 부부가 많구나- 하는 위안과 동병상련의 느낌.

피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했다. 어떤 간호사는 피를 참 아프게 뽑는다.

 

(4) 생리주기 9일차

다시 3일 동안 37.5 유닛의 고날 에프 주사를 맞고, 난임 병원에 방문했다. 초음파 검사를 할때 양쪽 난소(ovary)의 크기와, 난소에 포함된 난포(egg)의 크기와 개수를 측정한다.

매번, 간호사는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many smalls"라고 했다. 나의 다낭성 난소가 하나의 난포를 크게 키우지 않고, 여러개 작은 난포들을 수도 없이 키우고 있는 거라는 생각에 씁쓸했다. 강제로 배란 촉진제를 주는 데도 말이다.

(5) 생리주기 12일차

다시 3일 동안 37.5 유닛의 고날 에프 주사를 맞고 방문했는데, 여전히 매니 스몰스라는 말을 반복하는 의사의 말.. 보통, 초음파 이후 피검사 결과를 확인하여 오후에 전화를 해준다.

오늘부터는 75unit을 맞으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고날 에프 주사의 용량을 올리면, 매니 스몰스를 탈출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내심 설레었다.

 

(6) 생리주기 15일차

여전히 매니스몰스지만, 양쪽 난소에서 10~12mm 정도의 난포가 하나씩 발견되었다. 사실 15mm도 작은거다. 미국 난임 병원에서는 난포의 크기가 최소 16mm가 되어야 충분히 성숙했다고 한다. 도대체 왜 내 에그들을 이렇게도 안크는건지!

 

(7) 생리주기 17일차

75유닛씩 다시 이틀밤을 맞고 나서, 병원에 방문했다.

설레이게도 초음파 검사를 하는 의사가, 내일이나 모레쯤 배란할 것 같다며 오늘 성관계를 한번 맺고, 모레쯤 배란 유도제를 맞고 다시 병원을 방문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일단은 피검사 결과를 보고 오후에 전화할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드디어!! 드디어, 인공수정을 하는구나, 혹시나 아이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설레발설레발 ㅎㅎ😊👶🏻 혹시 쌍둥이면 어뜩하징? 히히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음, 너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아서, 이번 주기는 안되겠어~ 그냥 캔슬해야해"라는 단호박 명령조의 그녀 목소리..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어떻게 다른 방법이 없냐~ 고 했지만, 당분간 피임하고 다음번을 기약하자고 한다.

그게 옳다는걸 알면서도.. 나한테는 참 아까운 시간이 흘러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8) 생리주기 18일차

의사는 맞지 말라고 했지만 남편과 둘이서 고민하다가 난포 터지는 주사를 맞기로 했다. 무모했지만 혹시 모르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달까..

 

오비드렐 - 난포 터지는 주사

 

오비드렐 주사를 맞고 나자, 가슴이 급격하게 커졌다. 역대급으로 커졌고, 스치기만 해도 아픈 정도가 되었다. 내 에그들을 잘 깨웠길 기대하면서..

남편과 아침 저녁 숙제를 하며, 설렘가득한 농담도 했다.

이왕이면 쌍둥이 만들자고. 👶👶

 

 

 

아기는 찾아오지 않았다.

난포터지는 주사를 맞고 난 이후, 착상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먹으며 스트레스 관리를 하려고 노력했다. 혹시나 수정된 난자들이 착상되지 않으면 안되니까.

알싸한 느낌은 여지없이 들어맞는다. 살짝 빨간 피가 비쳤고, 혹시나 이게 착상혈인가 하는 두근거림에 임신테스트기를 3개나 사용했지만 단호박 한줄. 내 마음에도 날카로운 줄이 생긴다.

생리가 시작되었다.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아서 그런가, 난포터지는 주사를 맞아서 그런가 생리통이 너무 심했다. 난소가 꼬이는 기분이 들고, 허리가 끊어질 것 같고, 마음이 아팠다.

그래.. 인공수정은 아직 시작도 안한거니까, 이거는 0번인거야!! 다음번에는 꼭 찾아올거야..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