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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일기]48_ 이식날짜까지 잡혔는데, 둘째 고민이라니.

쏘이_빈 2022. 9. 21.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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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가 이식날인데, 갑자기 둘째 고민이라니... 둘째를 낳아야할까..

남편이 물었다.

애가 둘이면 경제적인거며, 체력이며, 많은 것들이 필요할텐데 정말 애 둘을 낳는게 맞는걸까?

이식날이 코앞인데.. 갑자기?

서운하면서도 갑자기 한대 맞은 것 같이 멍해졌다.

그러게..? 내가 어쩌려고 둘을 낳겠다는 거지?

둘째 고민

 

첫째가 외롭지 않게 크게 한다거나, 둘이 의지할 수 있는 형제를 만들어준다거나, 둘이 같이 놀게 한다거나 이런 것들은 "부모의 기준"에서 첫째를 생각한 것일 뿐이다. 어느 집은 형제가 있어서 외롭지 않게 컸겠지만, 또 어느 집은 그렇지 않았을것이다. 사회성이나, 노는 재미같은 것은 주변 친구로부터 찾을 수 있다. 

나중에 다 성장해서도 형제 자매와 연락하며 지내는 집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집도 많다. 둘째로 크면서 부모님의 사랑이 늘 목말랐다는 친구도 있다.

완전 솔직하게 말하자면, 형제가 많으면 명절이나 부모님 생신 같은 날에 부담이 좀 덜하달까? 나중에 부모님 노후를 책임지는 것도 부담이 덜 할 것이다. 형제가 짐을 나누어지게 될테니,,

그럼, 나의 노후를 혼자 걱정하게 될 첫째를 위해 둘째를 낳는것일까.. 더군다나 인구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크게 될 아이에게 사회적인 짐까지 지게하는 것을 아닐까?

* 출처: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그러게 말이다.

애기 하나 키우는 것도 이렇게 힘들고 돈도 많이 들어가고, 시간도 없는데, 핏덩이 둘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야하는데 사람을 쓰면 돈이 많이 들고, 가족들은 다 한국에 있고..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미국에서 키우려면 3세 이하 아이 하나당 약 $3000의 데이케어비용(보스턴 기준)이 들고, 여러가지 체험에 과외활동 등을 생각하면 돈이 정말 많이 든다. 데이케어 비용을 아끼기 위해 내가 아이를 보는 방법이 있지만, 나의 사회화는 점점 미뤄지고, 나의 발전도, 내가 받을 수 있는 인컴도 줄어들게 된다.

이런 상황에 애가 하나 더 있다면? 적어도 3년의 시간이 추가되는 거다.

 

한국에서 키운다고 했을때, 3세 이하의 경우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낫다. 국가 지원도 많고 유치원비용도 저렴하니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할 수 있다. 근처에 가족들도 있으니 아기를 맡기는 일은 어렵지 않다. 다만, 한국에서의 교육 시스템을 생각하면 다소 한숨이 나온다.

주변 친구들은 영어 유치원을 알아보고 있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강남 지역으로 이사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 아기들이 2~3살인데, 벌써 중고등학생이 되면 들어갈 교육비 학원비 걱정을 한다. 

 

오랜만에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 그 친구는 역시나 육아도 열정적으로 하고 있었다.

"아기 둘 키우는 건 어때? 할만해?" 

나는 전반적인 상황을 질문했다. 아기 10개월 아기를 키우는 내 입장에선, 아기가 떼를 쓰는지, 엄마의 체력을 괜찮은지, 둘이 싸우진 않는지 정도가 궁금했다. 그러나, 친구는 바로 아기를 키우는데 들어가는 돈 얘기를 하고, 교육비 부담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나는 안저럴거야~ 애들하고 체험하면서 살아야지! 공부는 스스로 하게 해야지, 라고 모두들 다짐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평균에 편입되지 못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견딜 수 없었고, 불안해졌다고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학교에 보냈던 엄마들이 학교에서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고 했다. 댁의 아이가 다른 애들에 비하여 선행학습이 되어 있지않아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하니, 선행학습을 시키라~ 는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고,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인데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고 배울 기회를 줘야하는거 아닌가요 라고 했더니,

다들 선행을 해와서 교과서대로만 진도를 나가면 애들이 재미없어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교재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 수업시간에 가르치지 않는 부분도 시험에 한두개 낼 수 밖에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둘은 낳아야지~ 얼마나 이쁜데~ 라고 하면서 끊었는데, 내 마음은 너무나 착잡해졌다.

 

정상적인 것이 정상적이지 않는 사고로 진행되는 것 같다. 요즈음의 세상은..

 

 

 갑자기 남편이 미워졌다. 낳기로 하고 이식날까지 달려왔는데 이제서야 갑자기 둘을 키울 수 있겠냐는 질문이라니.. 이건 마치, 둘째를 낳고 난 이후로 힘들다고 하면 "그건 너의 선택이었자나~"라며 나에게 책을을 돌릴셈인가.

어질어질하다.

 

<둘째가 있으면 생기는 단점>

-첫째의 불안함, 소외감 증가

-양육비용

-늙은 부모의 체력저하

-양육에 들어가는 시간 및 에너지

-엄마의 늦어지는 사회화

-더 넓어져야하는 주거환경

 

 

이러저러한 단점들에도 쉽게 둘째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지금이 아니면 갖을 수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갖기 어렵다고 봐야한다. 가임기는 끝나가고, 시험관 시술+착상전 염색체 검사를 통해서만 임신이 가능한 나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사실 고민하는 순간에도 늙어가고 있지 않은가..

 

마음이 많이 싱숭생숭했다.

둘째를 낳았던 모든 사람들의 딱 한가지 공통적인 이유는, 예뻐서. 아이가 너무 예뻐서 였다.

오로지 예뻐만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살아온 10대, 20대가 말해주듯이, 오로지 예뻐해주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수 많은 교육과 훈육, 그리고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고 나도 다시 배워야한다. 잘할 수 있을까.

내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이렇게 이식을 앞둔 채 싱숭생숭한 밤은 깊어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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