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필요한 정보/임신일기

[임신23주] 임신으로 인해 달라지는 몸과 마음

쏘이_빈 2021. 7. 1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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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으로 인해 몇 년 고생을 했다고 해서 임신 기간이 늘 축복인 것은 아니다.

물론, 임신을 하기 전보다 스트레스도 덜 받고, 아이가 우리에게 와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기쁨은 우리 부부에게, 온 집안에 가득하다. 

나와 남편은 연신 배에 손을 대고,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와 수많은 대화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임신으로 인해 생기는 내 몸의 모든 변화가 달가운 것은 아니다.

 

하루하루 부풀어 오르더니 멜론 사이즈로 커진 가슴은 더 이상 솔로일 때의 슴부심을 상징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날 때 땡땡해진 가슴으로부터 통증이 전해져 오고, 커진 가슴을 지탱하느라 허리와 어깨 통증이 심해졌다. 그리고, 맞는 사이즈의 브라가 없다. 출산 후 거품처럼 꺼져버릴 왕가슴을 위해 새 브라를 산다는 것이 얼마나 사치같이 느껴지는지... 

 

임신 6개월 중반에 들어서자마자 이때다 싶어 급격히 나오는 배는 잘록한 허리가 자부심이었던 몸을 급격히 변하게 만들었다. 하루하루 불러오는 배가 신기하면서도 기특했는데, 내 몸속의 장기들은 이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조금만 버겁게 먹어도 속이 답답하고, 목 끝까지 간지러운 기분으로 토기가 느껴진다. 가슴을 쳐대 가며 계속 꺽꺽거려야 하며, 뱃속의 답답함에 머리까지 지끈거리며 멍해져 온다.

 

허리... 허리가 너무 아프다. 아니 이게 허리가 아니랬다. 허리 끝에 쇠구슬이 달려있어 누울 때마다 나를 방해하는 것 같이 아프다. 이것을 환도선다라고 한다.

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낯선 단어는 임신 4개월 차부터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태아가 잘 자리 잡을 방을 만들고, 그 후의 출산을 준비하기 위하여 내 몸이 변하는 과정에서 온갖 관절들이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골반 근처의 온갖 뼈와 근육들이 다 아프다. 바른 자세로 누워있다가 자세를 바꿀 때 정말 극한의 지옥을 경험하곤 한다.

되도록 옆으로 누워 있으려 노력하지만, 한 자세를 유지하다가 자세를 바꾸는 순간 어김없이 환도선다의 공포가 나를 엄습해온다. 마치 망치로 내 허리 끝 골반뼈를 쾅!!! 때린 후의 충격이 이어지는 통증이랄까..

 

잠 오는 기분을 달고 산다. 뭐랄까 맑지 않은 정신 상태. 그리고 의욕이 없는 나. 분명 해야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이 있었는데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그저 먹고, 또 눕고, 본능대로 살아가는 것 같달까... 그러다가 이런 나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실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하루의 반성은 오래가지 않고, 결국 게으른 임신의 핑계에 묻히고 만다.

 

어쩔 때는 약간, 우울하기도 하다. 내 안에 있는 아이의 움직임으로 인해 느끼는 행복함과 별개로 이제 아이가 태어나면 내 인생은 정말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때때로 내가 낯설다. 내가 추구하던 성공과 즐거움은 이제 아이에게로 오로히 옮겨지게 될 것이며, 아이로 인해 기쁨을 느끼기도, 그로부터 좌절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그에 대한 설렘은 때론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걱정. 아이가 건강하게 잘 클까 하는 걱정.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집, 돈, 그 외의 모든 것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남편을 따라 잠시 미국에 와있는 나는 강제 경력단절녀다. 난임이 길어짐에 따라 올해부터는 재택근무도 관두었고, 그 뒤로는 일을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쉬는 동안의 게으른 관성은 나를 금세 잠식해버렸다. 내가 다시 일할 수 있을까? 내가 다시 일하지 않으면 커지는 양육비는 어떻게 마련할까.. 한국 땅에 집 하나 없는 우리는 어디서 살 수 있을까..

 

이 모든 걱정들이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에서 비롯된다고도 한다. 내가 그렇게 약한 사람이었던가? 가끔은 되묻기도 한다. 임신으로 인해 나 자신의 정체성이 조금씩 약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아이가 내게 와주어서 정말 기쁘다. 아이의 태동이 우리 부부를 웃게하고 대화하게 한다. 아마 이제 이 아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을 것 같다. 부부 중 누구를 닮을지, 어떤 성격으로 태어날지 모든 것이 궁금하다. 

 

임신으로 인해 내 몸은 많은 것이 달라졌고, 아마 출산으로 인해, 출산 후 후유증으로 인해 더 달라질 것이다. 마냥 즐겁게만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 천천히 받아들이면서 살아가게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지금도 자기주장을 강하게 펼치며 꼬물락거리는 아이의 움직임은 내가 이제 엄마가 된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건강하게 잘 지켜내고 싶다. 비록 내 몸이 삐걱거리게 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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