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아침마다 일어나면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통해 케톤수치를 잰다.
그리고, 눈도 덜 뜬 상태로, 물 한모금 마시지 않은 상태로,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 공복 혈당 검사를 한다.
대부분은 80~90의 공복 수치가 나온다.
"아 다행이다."
대신 케톤 측정지가 붉게 물들어서 나오면 또 다른 걱정이 든다.
"아 밤새 케톤이 나왔네.. 우리 애기 괜찮을 걸까"
>> 임당 산모는 왜 케톤 검사를 해야하나요?
그리고 간단한 체조를 한 뒤, 뻔한 임당용 식사를 한다.
케톤이 나오고, 너무 저혈당으로 측정되면 체조를 생략하고 임당용 식사를 한다.
드레싱 없는 샐러드 / 계란후라이 / 통곡물식빵 1쪽
점심도 마찬가지다.
점심을 혼자 먹는 경우에는 아침용 임당식단에
닭가슴살 구이나 생선구이 정도를 추가해서 먹는다.
통곡물식빵 대신 현미밥을 먹거나,
그리고 2시간 뒤 혈당을 잰다.
120이 넘지 않으면 안심, 아니면 절망
저녁도 같은 루틴이다.
식후에 먹던 달달한 간식이나 과일은 이제 꿈같은 이야기다.
아주 가끔 수치가 잘 나오면 케토 아이스크림이나, 크래커 정도를 먹는다.
그래도 웬지 모르게 죄책감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오늘, 아침 공복 혈당이 너무 낮게 나왔다.
케톤도 많이 검출되었다.
그래서, 평소보다 통곡물식빵 한장을 늘려서 먹었다.
평소에 버터를 좋아하지 않는데,
요새 빵에 발라먹는 버터는 어찌 이리도 맛있는건지.. 하하
그리고 약 30-40분간 아침 산책을 했고,
식후 2시간 혈당을 쟀더니
144...
기준치 120을 훌쩍 넘은 수치다.
겨우 식빵 하나 추가했다고 이렇게 수치가 튄다고?
아침 걷기 운동도 30분을 넘게 했는데,
수치가 144라니...
웬지 모를 허망함과 절망감이 몰려왔다.
울적한 마음에 침대에 누워서
임당산모의 혈당이 태아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검색해보고,
최악을 상상하고는 괜한 미안함이 들어서,
배를 쓰다듬다가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점심
샐러드, 소고기 볶음, 김치, 현미밥을 먹고는
2시간 뒤 수치를 쟀는데, 135..
또 넘어버렸다.
이번에는 산책을 한건 아니지만,
집안에서 계속 움직이고 스트레칭을 했는데
또 수치를 넘겼다.
또 다시 허망함이 몰려오고, 나른한 기분이 들었다.
먹고 싶은 과일도 마음껏 먹지 못하고,
식사 시간도 꼭 지켜서 먹어야 하고,
케톤 때문에 자기전에도 무언가를 먹어야 하고,
식후 2시간 혈당 때문에 울고 웃고,
내가 생각한 임신생활은 이런게 아닌데..
출산 전 마지막 휴가같은 이 시간이
내게는 최대한 건강하게 버텨야 하는 시간이 된 것 같다.
이제 막 임신 9개월차에 들어섰다.
약 50일이 남은 시점.
내가 건강해야 우리 호도도 건강하게 잘 클텐데,
오늘은 이상하게 힘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또 다시 힘을 내야겠지.
식탁 건너편에 있는 사람이 알아챌 정도로 태동이 활발한 우리 호도
배 안에서 거대아가 되지 않도록,
엄마의 혈당 때문에 병이 생기지 않도록
지켜줄게 ㅠㅠㅠ
딸국질도 역동적으로 하는 우리 아들.
무사히 인질을 구출하는 그날까지
임당산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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