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임신 17 주 차에 들어섰다. 시간이 참 빠르다. 첫째 임신 때는 하루하루 시간이 안 가는 것 같기도 했는데, 둘째라서 그런 건지, 첫째 아기 육아 때문인지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간다.
둘째 임신은 힘들다. 첫째 아기에게 온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가정보육을 하고 있는 첫째는 이제 14개월이 된 아기이다. 정말 너무너무 예쁘고, 요새 할 줄 아는 것도 늘어나서 같이 노는 재미도 생겼다. 그래도 너무 힘들다. 임신으로 인해 몸이 피곤하고 무거워져서인 것 같다.
그래도 아기랑 함께 있는 시간은 너무 좋다. 아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음에도 이렇게 내 아이가 이쁠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다. 정말, 순수한 사랑 그 자체이다.
근데, 첫째가 돌이 지나면서 또 겨울을 맞이하게되면서 자주 아프다. 코감기와 기침감기를 달고 사는 것 같다. 덕분에 나도 감기가 자주 걸린다. 나는 감기 같은 거 안 걸리는 줄 알았는데, 아기와 붙어있으니 엄마는 자연스럽게 걸리는 것 같다.
임신한 채로 약도 제대로 못 먹고 코 훌쩍이고 기침하는 것은 정말 고역이다.
요새 자꾸 코피가 난다. 정확히는 임신 16주차에 들어서면서부터 코피가 났던 것 같다.
쭈르르르.. 하는 느낌이라기보다, 코를 풀거나 세수하고 얼굴을 닦을 때 피가 묻어 나온다.
병원에 물어보니, 임신으로 인해 혈류량이 증가하고 모세혈관이 확장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첫째 아기 임신때 기록을 찾아보니, 임신 16주 차에 돌입하면서부터 코피가 자주 났던 것 같다. 형제가 똑같이 엄마를 코피 흘리게 한다 ㅎㅎ(평소에 코피 잘 안나는 체질인 나)
보스턴의 겨울은 정말 지루하다.
와~ 춥다~ 하는 느낌이 아니라 고요하고 지루하고 길다.
해가 3시반 부터 지기 시작해서 4시가 되면 어둡다. 눈이 많이 오는 게 아니라, 그냥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은 무채색의 겨울이다. 그리고, 정말 길다. 5월까지 패딩을 넣을 수 없다.
첫째 아기를 봐야하고, 임신도 했기 때문에 내 세상이 정말 좁아졌다. 내가 바랬던 세상이고, 너무나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좁은 세상과 타이트한 시간, 높아져가는 집안일과 육아의 피로도로 인해 힘이 들기도 하다.
사실은 조금 지겨운편이라고 할까, 반복되는 일상으로 인해 권태롭다.
인생의 재미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내가 지금 임신을 했기 때문에 호르몬으로 인해 약간 더 우울하다고 느끼게 되는 걸까, 아니면 쓸쓸한 겨울의 거리와 빛이 없는 흐린 오늘의 날씨가 나의 기분을 회색으로 만드것일까.
남편은 인생을 멀리 보라고 한다. 당장 눈앞의 것에 일희일비하는 대신 멀리 보자고.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임신으로 인해 피곤해진 육체와, 육아로 인해 가중되는 피로. 그리고, 앞날에 대한 두려움에 자꾸만 움츠러들게 된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를 받아주는 곳이 있을까. 나는 그동안 무엇을 이루었나
하는 것들과 같은 사회적 자아 실현의 불안함이 오는 것 같다.
정말, 정말 우리 아가가 너무 사랑스럽고, 둘째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어주어서 너무 고맙지만, 지금의 나는 뭔가 내 스스로의 재미와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이 필요한 것 같다.
점점, 엄마들이 대단하다고 느끼게된다.
우리 엄마는 어떻게 긴 시간을 이렇게 잘 살아오셨던 걸까.
엄마에게 전화해서 사랑한다고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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