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부부를 위한 정보/난임일기

[난임일기]25 _ 23개의 난자채취 후 8개의 냉동 배아 생성

쏘이_빈 2020. 12. 15.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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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를 채취하고, 정자와 미세수정을 시킨 후 배아가 평균 3- 5일간 배양되는 경우, 배아를 자궁에 이식해도 괜찮다는 결론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수정란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3일 배양후에도 이식하지만, 나같이 염색체 문제가 있어서  PGD를 해야하는 경우에는 이식 전에 염색체 검사 및 동결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5-6일 배양을 완료해야한다.

어차피 염색체 검사 과정이라는 험난한 과정이 남아있으니, 5일도 버티지 못하는 애들은 버리고 간다는 것인가!!

과연, 나의 배아들이 얼마나 잘 버텨주었나, 궁금하면서도 불안했다.

 

난임일기-배아 냉동 단계까지 왔다.

아침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8개의 배아가 6일간 배양되었고, 무사히 동결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8개 배아에 대한 염색체 검사(PGT-SR)를 의뢰하였고, 2주 후 쯤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휴우!! 내 바램보다는 적은 수이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다. 물론, 가장 험난한 과정인 염색체 검사가 남았지만.. 평균적으로 배아가 염색체 검사를 통과할 확률은 20~30%이거나 그 이하이다.

 

 

나의 8개의 작은 배아들은 염색체 검사(PGT-SR)를 잘 통과할 수 있을까, 내 바램은 그래도 6일간 잘 버텨줬으니 대부분 살아남아주었으면 하는... 

사실 어제까지도, 하나의 배아도 살아남지 않았을까봐 너무너무 걱정되었다. 0개의 수정란..이라는 결과는 정말 면역이 생기지 않는다.  전화를 받고 나서, 남편한테 가서 "나는 10개 이상 살아남을 줄 알았어"라고 했더니, 남편은 자기 기대보다 더 많이 살아남았다고 희망이 있다고 했다.

그래, 제발 잘 견뎌주렴

 

 

난임 기간이 길어지니, 내 성격이 많이 변했다.

일단은 임신 및 출산한 친구들하고 점점 연락이 뜸해졌고, 모임을 점점 나가지 않게 되고, 모든일에 조심하게 되었으며, 좌절하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우울한 기분이 생겼다. 

처음에는 "우리 애 동생 낳아줘야지~"라는 말에도 하하하 웃어넘겼으나, 나중에는 "왜 나한테 저런말을 하나, 내가 몇년이나 노력하는데 안되는걸 어떻게하나, 너가 내 고통을 알아?"라는 못난 마음들이 머리를 들어올렸다. 가끔 못난 마음들은 실제로 표출되어 친구 뿐 아니라 나에게도 생채기를 남겼고, 그 흔적은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그 친구도 그 날은 나에게 너가 그정도까지 고통받는지 몰랐다며 사과했으나, 더 이상 연락은 오지 않고 있다. 이미 내가 임신 및 출산을 다 끝내기 전까지 서로의 마음에 생긴 간극은 쉽게 매워지지않을 것 같다. 물론 이 간극이 나쁜것은 아니다. 그냥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주지않기 위해 조심하는 거리일 뿐..

 

또래의 여자들 중 이미 아이가 있는 경우 대화 관심도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잘 만나지 않지만, 그 동안 미국에 와서 친했던 동생들이 점점 임신 및 출산을 함에 따라 그나마 이어져있던 연결고리들이 약해진다.

 

가끔은 뭐 어때, 걔네가 임신한건 걔네 사정이고, 그냥 축하해주고 그 동안처럼 관심 갖아주면 되지!!

 

라고 하면서 쿨내를 풍겨보는데, 정작 만나서 이야기하거나 카톡을 하게되면, "언니 막상 임신해보니까 천천히 해도 될것 같아요"라던지, "어쩌다 보니 한방에 임신했는데, 부모님이 너무 좋아해요"라던지, "주기를 잘 맞췄더니 되었어요"라는 정말 이런 밍밍한 말들이 나를 할퀴고 간다. 4-5년간의 난임 기간은 쿨내 풍기던 마음을 한커플씩 벗겨냈고, 나는 악의없는 한 마디에도 괴로워했다. 

발끝부터 끌어모은 쿨함을 풍기고 집에 오면, 집안의 적막 속에서 "왜 나는... 왜 나만..."이라는 말들이 생각나고, 쿨하게 지나갈 줄 알았던 밍밍한 말과 쓸데없는 조언들은 여전히 가슴 속에서 맴돌며 나를 할퀴었다.

 

어떻게 쿨할 수 있겠나.. 나는 바라지 않는게 아니며, 노력하고 있는데.. 아이가 오지 않는 지금에 대하여 어떻게 괴롭지 않을  수 있을까..

 

당연히 나도, 내가 먼저고, 나와 남편의 관계가 먼저이다. 너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지~아이는 없어도 돼~ 라는 조언 같은 것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내가 아이를 원하고 있는 이상..

물론, 내가 늘 우울함과 좌절감에 빠져있는 것도 아니며, 가끔씩 찾아오는 두려움에 잠시 떨고 있는 것일뿐..그 두려움을 이겨내려고 노력하지만, 그 두려움은 나의 간절함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예쁜 아가가 내게 찾아와주기를 바래본다.

 

이번 시험관 시술로 인해 생긴 8개의 배아 중에 나의 예쁘고 건강한 아이가 제발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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