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남편은 전형적인 공대생이다. 1을 입력하면 1이 나오지만, 아무것도 입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나온다. 누군가는 "그럼 시키면 되자나~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게 어디야?" 라고 하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속 모르는 소리다. 예를 들어, "이렇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같은 마음을 내비치거나, 간접적으로 언급하는 것들은 입력으로 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임신 25주차의 배불뚝이 임산부이다. 들쑥 날쑥한 호르몬이 내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하고, 갑자기 먹고 싶은 것이 생기기도 한다. 사실 나는 특별한 입덧도 없었기에 특별히 먹고싶은 것도 없었고, 임신 전부터 싸오던 남편 도시락을 아직까지 싸고 있다. 생고기 손질도, 냉장고 정리 후 요리하는 것도 여전히 100% 내 몫이다. 어젯밤에는 저녁을 먹고 난..